미드나이트 라이브러리

책리뷰 2022. 5. 30. 18:51

The Midnight Library

매트 헤이그의 midnight library는 아마존에서 무언가를 주문하는 김에 배송료가 아까워 내용이나 저자에 대한 정보도 없이 그냥 베스트셀러 중에 몇권 포함시켜 구입한 책 중 하나이다. 표지에서부터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하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자정의 도서관이라는 제목처럼 뭔가 미스테리한 스릴러이거나 이상한나라의 엘리스와 같은 동화풍의 하이틴 소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지만, midnight library는 한 여자의 삶에 대한 의미를 찾는 여정을 양자역학의 평행 우주론이라는 소재를 빌려 코믹하게 그려낸 드라마다.
자살 후 삶과 죽음 사이를 떠도는 여주인공 노라는 평행 우주의 터미널인 midnight library에 도착하는데, 그 도서관의 모든 책은 각각 다른 로라의 인생을 담고 있다. 책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노라의 인생이 있는 우주인 것이다. 노라가 어느책을 펼쳐 읽든 그 책에 써있는 새로운 삶에 들어가 그 삶을 경험할 수 있고 만약 그 삶이 마음에 든다면 영원히 그 삶을 계속 살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좋은 딜인가? 하지만 이미 죽기로 결심한 노라는 이러한 선택조차 맘에 안들고 그냥 죽고 싶기만하다. 하지만 도서관 사서의 권유로 마지못해 하나 하나 원하는 조건에 맞는 인생을 찾아 맛 보기 인생 여행을 떠난다. 그 도서관에는 그녀의 삶에서 후회하는 내용만을 기록한 '후회의 책'이 있는데, 그 후회들을 해소하는 조건의 새로운 삶들을 찾아 하나하나 살아보기로 한다. 하지만 평행 우주의 다양한 인생을 경험하면 경험할 수록 그녀는 만족스런 삶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나의 후회가 해결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후회는 얼마든지 생기게 되고 또 평행 우주의 무작위성으로 인해 원래 인생에는 없는 새로운 불행이 추가되기도 한다는 걸 느낀다. 그러다 마지막 선택으로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남자와의 로맨스와 결혼 생활을 하는 인생을 선택하고는 다시 삶에 대한 욕구를 되찾게 되지만 그 삶을 사는 것도 실패하게 된다. 다만 삶의 욕구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다 불타고 사라져가는 midnight library에서 이미 정해진 인생의 책을 수동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닌 강력한 삶의 욕구로 스스로 빈 책에 삶을 써내려가는 방식으로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을 선택하는것으로 끝난다. 줄거리만 대충 말하니 좀 싱거운 소설인듯하지만 어떠한 삶을 살아야하는가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쯤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누구나 인생에서 후회하는 것들은 있다. 그때 그럴껄, 그때 그러지 말껄, 그때 그걸 선택할 걸, 그때 그길로 가지 말걸 등등. 하지만 막상 그때 그 선택을 번복할 수 있다고 해도 사실 그삶이 우리의 행복과는 크게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인생은 워낙 복잡하고 다양한 선택사항과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게 될지는 몇가지 후회되는 선택이나 환경을 번복한다고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것은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자하는 욕구를 가졌는가와 그러한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가일것이다.
철학을 전공한 노라는 곳곳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언급하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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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Hail Mary by Andy Weir

책리뷰 2021. 9. 11. 03:06

내가 앤디 웨어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읽기가 너무 편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영어인데도 어떤 작가의 글은 어휘도 너무 어렵고 표현도 생소해서 이해할 수가 없고 사전이라도 찾아보며 읽으려면 도저히 책에 집중할 수가 없다. 앤디 웨어는 한국식 영어 교육정도만 받은 사람이라도 쉽게 물흐르듯 읽을 수 있을 듯하다. 더구나 작가의 배경이 이공계라 그런지 그의 글은 문장이 간결하고 분량을 늘리기 위한 지루하고 불필요한 내용없어 속도가 빠르다. 이런 이유들이 그에게 많은 팬이 있는 이유일 것이다.

프로젝트 헤일마리도 역시 그의 소설답게 간결하고 긴장감 넘쳐서 정신 없이 읽어내려간 페이지 터너였다. 마션과 같은 류의 아무도 없는 우주에서의 지구인으로서 "혼자"만의 미션 수행 이야기인데도 마치 내가 주인공 그레이스 옆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더구나 록키와의 첫 조우의 순간은 잊지 못할 스릴과 공포였다. 외계인과의 조우에 관한 소설은 많이 있지만 이런 조우는 매우 특별했다. 다른 조우들이 과학기술이 엄청 발전한 외계인 혹은 신적 존재의 외계 생명과의 조우 였다면 헤일 마리에서의 조우는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두 말기암 환자의 조우와 같은 설정이다. 아니 그 보단 전래동화에 나오는 장님과 앉은뱅이의 조우라고 표현하는게 좋겠다. 서로가 없으면 같이 망할 수 밖에 없는 설정. 

이 소설은 일종의 우주 재난 소설이다. 우주선의 재난이 아닌 지구와 그들의 행성. 두 행성의 생존이 달린 더 큰 스케일의 우주적 재난에 대한 이야기다. 외계인과의 첫만남이 서로를 잡아먹는다든가 행성을 점령 한다던가의 설정이 아니라 공통된 재난을 같이 해결하기 위한 만남이라는 설정이 다른 영화나 소설보다 새롭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러한 만남이 우연히, 계획에 없이, 지구와 그들의 행성 모두에게서 아주 멀리 떨어진 제3의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설정도 신선하다.

외계인의 생물학적 설정도 매우 재미있다. 금속에 기반한 체성분과 그로 인한 고열과 가스로 지구인은 접근하는 것조차 생명의 위협이 된다. 하지만 그런 설정이 단순한 상상력에 기반한 판타지가 아니라 탄탄한 과학적 사실과 생물발생학 진화론적 근거와 가능성에 기반한 것이라 더욱 그의 소설 다웠다. 이런 소설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을까.

소설 프로젝트 헤일마리의 아름다운 점은 기존 마션이나 아르테미스처럼 단지 과학적 신선함과 스토리의 흥미만이 다가 아니라 잔잔하게 지구인으로서의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끝으로 갈 수록 주인공은 스스로에게 자조 섞인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들은 독자들에게도 생각할 이유를 준다. 지금 지구의 존폐가 걸린 절대 절명의 재난 앞에서 지구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지구에 빙하기가 오고 식량이 부족해지며 전체 인구의 대부분이 굶어죽어야하는 재난 앞에서 미국, 중국등의 군사 강국은 평화롭게 살고 있을까 아니면 한정된 자원을 독차지 하기 위해 이미 핵전쟁을 하고 다 죽어 있을까? 자신의 미션이 성공한다한들 지구인들이 아직 살아있을까? 귀환할 수 없는 원웨이 자살 미션, 그것도 자원한 것이 아니라 납치되어 억지로 보내어진,을 최선을 다해 수행할 필요가 있을까? 우주에서 만난 외계 친구의 행성을 살리기 위해 내 생명과 지구인 전체의 안전까지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을까? 등등 여러가지 생각해볼만한 질문을 던져준다.

안그래도 현실에서는 지구도 이미 비슷한 저수준 글로벌 재난을 겪고 있다.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 온난화도 그렇고 식량부족, 자원 부족, 영토 문제, 사상 문제, COVID19 등등 시급성은 아스트로파지 재난 보다는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 그리고 그들에 동조하는 양쪽 진영의 국가들은 언제든지 서로를 공격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런 지구인 정서라면 정말 빙하기 정도 재난이 온다면 핵전쟁도 이상하지 않다. 정말 나와 내 패거리만을 위해 당장 가까운 이득만을 취하기 위해 공격성을 갖고 배척을 하는 그리디한 알고리즘이, 비록 그것이 실제로 인류가 여기까지 진화해 오는데 유효한 방법이었지만, 최선의 방법이었는지 더 나은 인류로 진화하기 위해 고수해야할 알고리즘인지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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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mis by Andy Weir

책리뷰 2021. 5. 1. 23:45

재작년 끄라비 출장때 공항서점에서 사서 읽기 시작한 책. 아르테미스. 끄라비의 끈적한 바닷물에 젖어 더이상 읽지 못하고 책장 어딘가에서 몇 달동안이나 잊혀졌다가 우연한 기회에 다시 꺼내 읽게 되었고 며칠 전 '겨우' 끝을 보았다.

내 독서 취향과 너무 잘 맞았던 소설 '마션'의 작가 Andy Weir가 마션의 성공 이후 쓴 소설이라는 점에서, 은근 마션에서 느꼈던 우주라는 거친 환경에서의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실감나는 SF 스릴러를 다시 맛볼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으로 선택하게 된 책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잖게 실망을 한 소설이다. 소설 마션이 화성이라는 우주 황무지에서 홀로 생존하고 무사 귀환한다는 우주판 '캐스트 어웨이'로서 소재도 참신하고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심리나 성격, 상황의 서술이 구체적이고 과학적이었던것에 비해, 소설 아르테미스는 아쉬운 점이 많다. 아마도 전작과 같은 수준의 소설을 예상했던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가장 큰 불만족은 진부한 plot이다. 달 식민지에서 범죄 조직과의 대결이라니. 마치 Dan Brown의 소설과 영화 Die Hard를 합쳐놓은 듯한 줄거리다. 그런데 인구도 몇 안되는 좁고 좁은 달기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평범한 여성 배달원이 갑자기 범죄 조직과의 맞짱을 위해 변장을 하고 아무도 모르게 기지 밖을 나다니며 달표면의 광산 로봇을 폭파시키고 달기지 벽에 구멍을 낸다고? 아무리 달기지가 허술해도 이렇게 허술할 수가 있을까? 소설의 초반부에는 진지한 마션과 같은 내용이라 기대감도 같이 커졌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용이 막 산으로 가는 느낌이었다. 긴박감은 있었지만 흥미는 떨어졌다. 결말도 보이는 듯했다.

 

우주와 달기지에 대한 과학적 사실에 충실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이지만 그 외의 가정된 세계관은 현실과 너무 차이가 있어 과학 소설이라기 보단 어린이를 위한 판타지 소설 같은 느낌도 주었다. 우주 개발의 최고 발전 국가가 켄야와 사우디라니. 주인공이 얼굴을 가리기 위해 히잡을 쓰는 내용을 등장시키기 위해 어쩔수 없이 그런 설정을 한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하다. 하여튼 아랍, 아프리카, 사우디, 이슬람등의 분위기는 별로 이런 소설과 어울리는 세계관은 아니다. 평형 우주에 있는 다른 세계의 미래인가.  

 

그리고 난 이 주인공의 행위 자체가 정말 선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합법적인 '범죄조직'의 비즈니스를 빼았기위해 불법적으로 폭파하고 강도질하는게 옳은건가? 그것도 수많은 달기지 시민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며? 누가 진짜 악당인지 작가의 가치관의 문제인지 과학적이고 사실적인 SF 스릴러를 쓰기위해 Plot은 포기한 아무말 잔치인지 혼란스럽다. 책을 읽던 어느 순간에는 주인공보다도 위험을 무릅쓰고 묵묵하게 자기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범죄조직의 여사장을 응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결론을 내자면, Artemis는 영화화 하기 좋은 기승전결이 확실한 무난한 Plot과 다양한 관객을 끌기 좋은 소재들, 즉 여성 주인공과 SF, 달기지, 이슬람, 아프리카, 아랍 문화, 중국인 등등,을 적절히 등장 시킨 완전히 상업적인 영화 시나리오다. 하지만 영화화 되더라도 극장에서는 보기 아까운, VOD나 다운로드로 볼 만한 정도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 마션때는 책을 미리 읽어 내용을 다 알고 있었지만 영화가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던것과는 비교가 될 듯하다. 아마 전작이 너무 좋았었기 때문에 실망감도 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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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ranger in the house

책리뷰 2019. 11. 10. 17:34

 

 

지난번 포틀랜드 공항에서 밤샐때 사서 보기 시작한 것인데 꾸준히 읽을 시간이 없어서 오늘에서야 다 읽었다. 별마당 도서관에서... 

솔직히 중간쯤 읽었을때는 지루하기도하고, 결과가 뻔한거 같기도 하고, 누가 범인인지 알거 같고 해서 왜 읽기 시작했을까 후회도 했지만. 하지만 결론은 내 예상을 벗어나서 결과적으로 끝까지 읽기를 잘 했다는 느낌. 그래도 이 작가 소설들은 프롤로그만 봐서는 혹하는 느낌이 있어서 읽기 시작하지만 계속 지루하게 끌고가는 느낌 뿐이라 앞으로는 안읽을듯하다. 

착하고 가정적인 가정주부가 어느날 집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흥분해서 뛰쳐나가 행방불명되고.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어느 할렘가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머리를 크게 다쳐서 기억상실 환자로 발견됨. 그리고 그녀가 발견된 곳 인근에서는 머리와 가슴에 총상을 입고 살해된 남자 발견. 두 사람간에는 아무 연관도 없으나 그녀가 그를 죽인 물증과 심증들이 자꾸 발견이 되고. 그녀는 계속해서 기억 상실로 아무 기억도 못하고... 그런 내용. 2~3번의 반전이 있다.

플롯보다는 작가가 사람의 심리 변화를 상세하게 풀어가는 방법이 흥미있었다. 한마디의 증언이 나올때마다 주인공과 남편과 이웃의 심리가 요동치는 내용이 세밀하게 잘 묘사되어 있고 그러한 묘사를 표현하는 영어표현들도 볼만했다. 너무 똑같은 표현이 자꾸 나와서 그런 표현들이 거의 외워졌다는게 좀 지루한 요인중 하나였지만 좋은 독서 경험이었다. 

다음번에는 클래식 스릴러 stephen king's carrie를 읽고 리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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