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emis by Andy Weir

책리뷰 2021. 5. 1. 23:45

재작년 끄라비 출장때 공항서점에서 사서 읽기 시작한 책. 아르테미스. 끄라비의 끈적한 바닷물에 젖어 더이상 읽지 못하고 책장 어딘가에서 몇 달동안이나 잊혀졌다가 우연한 기회에 다시 꺼내 읽게 되었고 며칠 전 '겨우' 끝을 보았다.

내 독서 취향과 너무 잘 맞았던 소설 '마션'의 작가 Andy Weir가 마션의 성공 이후 쓴 소설이라는 점에서, 은근 마션에서 느꼈던 우주라는 거친 환경에서의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실감나는 SF 스릴러를 다시 맛볼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으로 선택하게 된 책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잖게 실망을 한 소설이다. 소설 마션이 화성이라는 우주 황무지에서 홀로 생존하고 무사 귀환한다는 우주판 '캐스트 어웨이'로서 소재도 참신하고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심리나 성격, 상황의 서술이 구체적이고 과학적이었던것에 비해, 소설 아르테미스는 아쉬운 점이 많다. 아마도 전작과 같은 수준의 소설을 예상했던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가장 큰 불만족은 진부한 plot이다. 달 식민지에서 범죄 조직과의 대결이라니. 마치 Dan Brown의 소설과 영화 Die Hard를 합쳐놓은 듯한 줄거리다. 그런데 인구도 몇 안되는 좁고 좁은 달기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평범한 여성 배달원이 갑자기 범죄 조직과의 맞짱을 위해 변장을 하고 아무도 모르게 기지 밖을 나다니며 달표면의 광산 로봇을 폭파시키고 달기지 벽에 구멍을 낸다고? 아무리 달기지가 허술해도 이렇게 허술할 수가 있을까? 소설의 초반부에는 진지한 마션과 같은 내용이라 기대감도 같이 커졌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용이 막 산으로 가는 느낌이었다. 긴박감은 있었지만 흥미는 떨어졌다. 결말도 보이는 듯했다.

 

우주와 달기지에 대한 과학적 사실에 충실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이지만 그 외의 가정된 세계관은 현실과 너무 차이가 있어 과학 소설이라기 보단 어린이를 위한 판타지 소설 같은 느낌도 주었다. 우주 개발의 최고 발전 국가가 켄야와 사우디라니. 주인공이 얼굴을 가리기 위해 히잡을 쓰는 내용을 등장시키기 위해 어쩔수 없이 그런 설정을 한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하다. 하여튼 아랍, 아프리카, 사우디, 이슬람등의 분위기는 별로 이런 소설과 어울리는 세계관은 아니다. 평형 우주에 있는 다른 세계의 미래인가.  

 

그리고 난 이 주인공의 행위 자체가 정말 선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합법적인 '범죄조직'의 비즈니스를 빼았기위해 불법적으로 폭파하고 강도질하는게 옳은건가? 그것도 수많은 달기지 시민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며? 누가 진짜 악당인지 작가의 가치관의 문제인지 과학적이고 사실적인 SF 스릴러를 쓰기위해 Plot은 포기한 아무말 잔치인지 혼란스럽다. 책을 읽던 어느 순간에는 주인공보다도 위험을 무릅쓰고 묵묵하게 자기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범죄조직의 여사장을 응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결론을 내자면, Artemis는 영화화 하기 좋은 기승전결이 확실한 무난한 Plot과 다양한 관객을 끌기 좋은 소재들, 즉 여성 주인공과 SF, 달기지, 이슬람, 아프리카, 아랍 문화, 중국인 등등,을 적절히 등장 시킨 완전히 상업적인 영화 시나리오다. 하지만 영화화 되더라도 극장에서는 보기 아까운, VOD나 다운로드로 볼 만한 정도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 마션때는 책을 미리 읽어 내용을 다 알고 있었지만 영화가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던것과는 비교가 될 듯하다. 아마 전작이 너무 좋았었기 때문에 실망감도 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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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Deeeep

영화 아카이브 2020

영화리뷰 2020. 8. 2. 16:19

 

아내 버전3

요즘은 어쩌다 보니 테마를 정해서 영화를 많이 보게되었다. 코로나 때문인가? 한동안 전쟁 테마로 영화들을 보고, 그 다음은 또 연쇄살인마 주제의 영화들을 보았는데, 오늘 우연히 이 영화가 올라가 있길래 받아 보았다. 역시 SF, 특히 인공지능, 쪽 주제는 다른 모든 주제를 능가해서 내 흥미를 끈다. 

인디영화인듯 한데 내용이 나쁘지는 않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보던 문제를 재미있게 영화화 하였다. 나름 반전도 있는데 괜한 반전이라고나 할까? 영화에 대한 좋은 여운이 망친게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 볼 좋은 소재였는데 반전때문에 좀 주제가 산만해진게 아닌가 싶다. 

영화 '아카이브'는 비슷한 영화의 시초라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와 같이, 은하철도 999인가?, 컴퓨터안에 인간의 영혼을 담아 몸은 죽어도 정신은 계속 살아있도록 한다는 개념인데 엄밀하게 따지면 아카이브와 공각기동대는 많이 다르다. 아카이브는 인간의 살아 생전의 모습, 목소리, 대화내용, 글, 생각등의 콘텐츠를 말 그대로 컴퓨터내에 '아카이빙'하여 이 컨텐츠에 기반하여 인물의 영혼을 모사한다는 개념으로, 양자(?) 영역의 인간 두뇌를 구성하는 방대한 정보를 그대로 카피하여 기계안에 복제한다는 '공각기동대'의 개념에 비하면 훨씬 하등한 개념이다. '아카이브'에 대한 연구는 이미 어느정도 실용화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미 사망한 마이클 젝슨의 목소리만을 이용하여 새로운 앨범을 출시한다든가, 국내의 모 벤춰에서는 사망한 아이의 아바타를 VR세계에 만들어서 살아있는 부모와 대화 할 수 있도록 한 적도 있다. 어쩄든 이 영화를 감상함에 있어 이런 개념 차이를 구분하는것은 의미없고 앞으로 인공지능 기계인간 시대를 피할 수 없는 우리에게 크게 2가지 해결해야할 윤리적 문제를 던져준다.

 

버전 4도 만들거야?


첫번째 문제는, 소프트웨어와 영혼의 경계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이 영화에서도 이 문제는 특별히 강조되었다. 죽은 아내의 영혼을 복제한 로봇을 만들어가는데 한번에 완벽하게 만드는게 아니라 버전별로 버전1, 버전2, 버전3까지 만들게 된다. 버전3에 가서야 비로소 완전한 아내의 영혼을 복제한 기계인간이 만들어지지만. 그 단계에 이르렀을때 버전1, 버전2의 로봇은 자신들의 존재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되고 그들을 만든 주인공도 죄의식과 책임감에 괴로워하게 된다. 이와 같은 문제는 유전공학의 초창기에도 윤리적 문제로 제시되어 왔던것인데 역시나 인공지능 영역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것이다. 어디까지가 단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이고 어디서부터가 완전한 인간의 영혼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일까? 소프트웨어가 완전한 영혼이되었다면 그때부터는 마음대로 리셋을 누르거나 파워 버튼을 내릴 수 없게 된다. 영화에서도 버전3가 처음으로 말한 것이 그것이다. 리셋버튼을 절대 누르지 말라고. 

두번쨰 문제는, 나의 영혼을 복제한 영혼은 나인가 아닌가?
내가 운이 좋아 기계안에 나의 영혼을 디지털화하여 담을 수 있는 시대까지 살아남아서 영혼을 복제해 넣아다치자. 그렇다면 그 기계는 나인가 아닌가? 그 기계는 충분히 똑똑하기 때문에 리셋버튼이 눌림을 당하지 않기위해 나인척해야할 것이고 실제로 나의 생각과 감정 그대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나일까? 그리고 복제가 끝난 나는 어떻게 처리해야하는가? 안락사? 그리고 동일 영혼은 꼭 하나만 남기고 하나는 없애야 하는가? 한가지 분명한것은 살아있는 육신에 들어있는 영혼은 명백히 임의로 없앨 수 없다는 거다. 그것은 살인이니까. 그리고 기계안의 영혼은, 우리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영혼으로 인정한 이상, 없앨 수 없다. 할 수 없이 동일 영혼의 복수 존재를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복수 영혼을 인정하더라도 큰 문제가 있을 수는 없다고 본다. 디지털 영혼은 본래 영혼이 죽기 전까지는 디지털 영영내에서만 활동하며 자아성찰을 계속하면 되고 본래 영혼 사후에 모든것을 물려받는 것으로 하면 된다. 디지털 영혼이 많아진다고 해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들 때문에 인간들이 더 편하고 윤택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아뭏든 생각해볼 수록 재미있는 고민거리가 많이 쏟아진다.

다음번에는 영화 업그레이드를 한번 리뷰해봐야겠다.

posted by Dr.Deeeep

a stranger in the house

책리뷰 2019. 11. 10. 17:34

 

 

지난번 포틀랜드 공항에서 밤샐때 사서 보기 시작한 것인데 꾸준히 읽을 시간이 없어서 오늘에서야 다 읽었다. 별마당 도서관에서... 

솔직히 중간쯤 읽었을때는 지루하기도하고, 결과가 뻔한거 같기도 하고, 누가 범인인지 알거 같고 해서 왜 읽기 시작했을까 후회도 했지만. 하지만 결론은 내 예상을 벗어나서 결과적으로 끝까지 읽기를 잘 했다는 느낌. 그래도 이 작가 소설들은 프롤로그만 봐서는 혹하는 느낌이 있어서 읽기 시작하지만 계속 지루하게 끌고가는 느낌 뿐이라 앞으로는 안읽을듯하다. 

착하고 가정적인 가정주부가 어느날 집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흥분해서 뛰쳐나가 행방불명되고.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어느 할렘가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머리를 크게 다쳐서 기억상실 환자로 발견됨. 그리고 그녀가 발견된 곳 인근에서는 머리와 가슴에 총상을 입고 살해된 남자 발견. 두 사람간에는 아무 연관도 없으나 그녀가 그를 죽인 물증과 심증들이 자꾸 발견이 되고. 그녀는 계속해서 기억 상실로 아무 기억도 못하고... 그런 내용. 2~3번의 반전이 있다.

플롯보다는 작가가 사람의 심리 변화를 상세하게 풀어가는 방법이 흥미있었다. 한마디의 증언이 나올때마다 주인공과 남편과 이웃의 심리가 요동치는 내용이 세밀하게 잘 묘사되어 있고 그러한 묘사를 표현하는 영어표현들도 볼만했다. 너무 똑같은 표현이 자꾸 나와서 그런 표현들이 거의 외워졌다는게 좀 지루한 요인중 하나였지만 좋은 독서 경험이었다. 

다음번에는 클래식 스릴러 stephen king's carrie를 읽고 리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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