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Astra 애드 아스트라

영화리뷰 2022. 9. 30. 11:33

영화 감상

 

'애드 아스트라'는 최근 본 영화 중 최고의 SF 영화였던 듯 싶다. 영상도 좋고 배우들 연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영화가 주는 느낌이 좋았다.

일반적인 우주 관련 영화들은 SF라는 영역이 주는 신비감, 경외감, 스릴감 등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것에 비해 애드 아스트라는 인간의 고독감, 허무감, 상실감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나는 왠지 영화를 볼때 이런 분야의 감정에 잘 녹아드는 편이다. 얼마전 본 탑건 매버릭은 보면서도 영화에 등장하지도 않는 미셀의 아버지로부터 미셀에게 전해지는 파일럿의 자긍심과 애국심, 그리고 브래드쇼 부자 간에 흐르는 가족애와 상실감이 자꾸 느껴져서 영화보는 내내 코끝이 찡했다. 원래 탑건이 슬픈 영화는 아니지 않은가? 암튼 탑건 얘기는 그만하고, 그런 부분에서 탑건 메버릭과 애드 아스트라는 같은 장르, 같은 주제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리 급박한 상황에 빠져도, 옆에서 벼락을 맞고 폭탄이 터지고, 위성이 폭발해서 성층권 위에서 지상으로 자유낙하 추락을하는 상황에서도 심박수가 80을 넘지 않는 냉혈 침착남 로이,브레드 피트,는 그러한 탁월한 신체조건과 차분한 성격, 월등한 전투, 작업, 지적능력 덕에 최고의 우주인으로 대우받고 있다. 그의 아버지 또한 자그마치 지구인들에게 추앙받는 우주 영웅으로서 해왕성으로 탐사 미션을 떠난 미션팀리더 클리포드 맥브라이드이다. 그의 아버지 팀은 연락이 되지 않아 아버지를 포함 전원 사망한 것으로 처리 되었다.

 

 

지구에 몰아닥친 전자기파 사고로 한참 어지러운 상황에 로이는 나사의 비밀 회의에 호출되고 그곳에서 그는 그의 아버지가 해왕성에 살아있을것이라것과 탐사팀에 무언가 안좋은 일이 벌어졌고 팀원 전원이 사망한듯하고...최근의 전자기파 사고가 그의 아버지가 가지고 간 실험 장비가 일으킨 것이란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 전자파 때문에 지구의 인류의 존망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나사의 명령은 해왕성에 가서 아버지를 찾아오는 것이다. 로이는 국가가 그의 아버지를 적으로 취급하고 있음을 육감한다. 해왕성으로 가는 도중에 죽은 로이의 감시인으로부터 알게된 정확한 미션은 수단 방법을 안가리고 그의 아버지의 실험을 '끝장' 내야하는 것이었다. 수소폭탄으로. 

 

 

우리가 밤하늘에 올려다보는 우주는 규칙적이고 복잡하고 아름다우며 무궁하다. 신비하고 어지럽고 경외스러우며 신의 존재를 믿고 싶어지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을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그 안에는 빛도 없고 어둠도 없고 옳은것도 없고 그른것도 없으며 물질도 없고 공간도 없고 시간도 없는 아무것도 없는 그냥 냉혹한 텅빈 것임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인간은 이것을 인정하려하지 않고 파고 파고 끝없이 파헤치면 결국 무언가 의미있는, 이를테면 '생명' 같은 것,을 발견할지도 모른다고 자위하고 거기에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찾으려한다. 이런 망상에 빠진 과학자들에게 가족이나 우정, 사랑 등등 주변의 모든 소중하고 의미있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만다. 로이의 아버지, 클립포드,는 아내를 과부로 만들고 아들을 고아로 만들며, 우주의 공허함을 인정하여 미션을 포기하려는 부하들도 다 살해하면서까지, 더 나아가 지구 인류의 존망 자체를 위협하는 실험을 계속하면서까지, 무엇을 그토록 찾고 싶었던 걸까. 무엇이 그가 그토록 인정할 수 없는 것이었을까. 로이 그 조차도 아버지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 스스로도 아내와 가족을 버리고 언제 죽거나 돌아올 수 없는 저 멀리 해왕성까지 우주 미션을 수행하러 온 것이 아닌가. 

 

우주는 과학자들에게 훌륭한 도피처이다. 신을 믿는 자들이 교회에가고 자각을 믿는 자들이 절에가고 과학을 믿는 자들은 우주로 도피한다. 아버지의 성당이 되어버린 해왕성의 우주선에 수소폭탄을 설치하고 복귀 우주선에 타기 위해 로이는 아버지와 함께 우주 유영 '연행'을 한다. 역시나 복귀를 거부하는 아버지. 저 멀리 돌아올 수 없는 우주 공간속으로 떠나버리려는 아버지를 붙잡기 위해 몸부림치는 로이.  '로이, 제발 나를 보내줘'. 아내와 아들을 버리고 부하들과 스스로의 인생을 버리고 여기까지 온 남자를 더 이상 붙잡고 있는 것이 의미 없음을 깨닫는 로이. 깜깜한 공허 속으로 아버지를 놓아준다. 남자는 나이가 40만 넘어가도 다른 사람에게 설득되지 않는다는게 사실이다. 이미 그의 믿음은 그의 몸을 이루는 물질이 되었고 그의 존재이유이다. 하물며 클립포드, 토미리존스,는 80은 넘어보인다.

 

로이는 사라져가는 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에서 깨달음을 얻고 아내가 있는 지구로 귀환하기로 한다. 더 이상 허무한 미션따위를 위해 소중한 가족과 아내를 버려두지 않으리라. 회전하는 안테나의 회전력을 이용하여 우주 유영을 하고, 우주선 껍데기를 방패삼아 해왕성 고리의 돌구름대를 통과하여 우주선을 갈아탄 후, 해왕성의 폭발하는 수소 폭탄의 폭발력을 이용하여 중력을 벗어나고 지구방향으로 추진하여 지구에 무사 귀환하는 장면은 만화 영화처럼 유쾌하고 너무나 순조롭다. 그가 해왕성까지 가면서 그리고 가서 겪었던 역경과 고난 번뇌에 대비하여 그 반대 방향으로 가는건 너무나 순탄하다. 작가는 뭔가 '포기하면 편하다'라는걸 보여 주고 싶었던걸까.

 

과학을 하는 입장에서 너무 허무론으로 빠질 수도 있는 메시지를 주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삶과 과학이라는 종교사이에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는다. 브래드피트의 성숙한, 토미리존스의 걸죽한 연기가 돋보이고 특히 우주 영상이 아름다운 영화였다.

 

 

 

posted by Dr.Deeeep